이어지는 몸의 이야기들

끊임없이 계속 되는 작고 큰 몸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왼쪽 머리 뒷편에서, 혹은 왼쪽 몸으로, 혹은 몸의 전체를 두서없이 지그재그 규칙없이 옭아매고 있는, 얼어붙은 동시에 계속해서 자라나는 긴장의 매듭과 함께한 세월이 길다. 이제 우리는 13년차. 침묵 속에서 서로를 노려보거나, 통하지 않는 말로 이리로 저리로 어르고 달래다 지치기도 하고. 그냥 두며 방치하거나, 포기하기도 했다. 대화를 시작하였으나 통하지 않는 서로의 언어와 씨름하듯 퍼즐을 맞추듯 학교를 졸업한 뒤 또다시 3년을 보냈다.

결국 내 몸을 다시 감각해내는 오랜 여정인 것 도 같고, 내 몸이 가진 기능들을 마치 새로산 전자제품을 매뉴얼 없이 처음 써보는 사람 처럼 뚝딱거리며 온갖 시행착오를 겪는 여정인 것도 같다.

왼쪽 머리, 입천장, 머리 뒷편, 턱과 목, 왼쪽 쇄골과 어깨, 경추, 폐와 위와 골반 안쪽, 자궁과 고관절을 지나 왼쪽 발가락까지.. 어느 하나 명쾌하고 쉬운것 없이 계속해서 옮겨다니며 자꾸만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을 했고, 가져왔고, 열었고, 퍼뜨렸고, 연결했고, 없앴고, 넓혔고..

드디어 알렉산더가 말한, 내가 하려던 것을 멈춰보라는 디렉션을 내게 통하는 방식으로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늘 성공하진 못하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지난 세월들에 비하면 꽤나 성공적인 셈이다. 그 방식은 감각 조차도 어떤 특정 방식으로 느껴내려는 시도를 멈추고, 확장함에 대한 것이였다. 느끼는 것을 몸의 다른 언어로 확장시켜 기존 처럼 느끼지 않으나 나와 함께 존재할 수 있을 때 일어나는 무언가이기도 했다.

왼쪽 머리, 왼쪽 몸통의 이곳과 저곳이 마치 감옥에서 풀려나는 것처럼 조금씩 깨어나면서, 몸은 더더군다나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새로운 긴장으로 스스로를 자꾸만 붙들었다. 나를 지지할 수 있는 바닥은 어디인가를 찾을 때도 있었고, 나를 관통하는 중력의 흐름을 상상할 때도 있었고, 결국은 스스로를 조직화해낼 수 있는 몸이 가진 연결과 협응의 감각을 처음으로 느끼는 순간에 도달했다. 어이없게도.. 몸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 무언가를, 아주 오랜 만에 처음으로 감각하며. 몸은 드디어 아주 길게 이어져 온 어떤 한 장을 뒤로하고 서서히 그 다음장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발견되는 몸의 구석구석과, 지겹고도 놀라운,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이해할 수 없이 자꾸만 되돌아오지만 반드시 그 다음의 새로운 어딘가로 이끌어지는 우리의 오랜 대화는, 얼어붙은 동시에 자라나는 우리의 관계는- 자꾸만 이야기를 쓴다. 길고 길고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