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과 마음을 되찾아갈 수록,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르겠는 발걸음을 발견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면, 현재 나의 상태를 조금더 명료하게 깨달을 수 있다는 것?
2주 방학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굿와이프와 그레이아나토미와 동백꽃필무렵을 번갈아 돌려보기를 며칠. 하루종일 넋을 놓고 영상에 몰두해 있다보면,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뇌가 느껴진다. 이 생이 아닌 가상의 생에서 어디로도 내딛지 않아도 되는 무념무상의 혼수상태 같은 세계에 머물러 있다.
회사를 다니며 좀비처럼 끌려다니는 발걸음 말고, 아무 기력도 의욕도 없는 우울증의 나락도 말고, 이 생도 저 생도 보류 중인 림보 상태에 빠지는 것도 아닌, 생의 호기심으로, 열심과 신남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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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렇다고 멈춰있는 것이 나는 좋은가. 나는 어떤 생을 살고 싶을까. 단순하고 근본적이고 쉬운 기본으로 돌아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다른 것은 모르겠고 몸을 좀더 쓰고 자연에서 있는 시간을 늘려야지. 이곳에서 3년을 지내며 깨달은 것은 그것 하나. 노래를 흥얼대다 몸이 나도 모르게 움찔대는 것처럼 조금 더 즉흥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발걸음, 그러한 삶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