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적도 목적이 아니다

어떤 End, 어떤 목적도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은 애초에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것, 어차피 다다를 수 없다면 그 과정으로 늘 충분하며 살아야지.

알렉산더의 책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가 읽기 어려웠던 Constructive Conscious Control of the Individual. 이름도 거창한 책을 드디어 10장이나 읽었다. Psycho-Physical, whole being. 아주 긴밀하게 엮기고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움직이는 이 몸과 마음을 전체인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의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전 올리브와의 대화에서, 나는 과연 내 감정들에 열려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의 감정들을 막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몸에 접속해있지 않으면 감정 또한 느끼지 못한다고 올리브가 말했다. 너무 예민한 촉을 오랜 기간동안 곤두 세우며 살아온 내가 개발한 생존수단은, 모든 감정을 수면 아래로 더디게 묻어놓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내가 핸즈온을 하며 누군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묻는 내 질문에 올리브는, 너의 그 부분을 너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목적에도 도달하려 애쓰지 않고, 내가 느끼고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오직 단 한 순간인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온전히 내 몸과 마음과 연결되어 존재할 수 있는가. 과거로 매여 몸을 붙들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내가 중력의 힘을 빳빳하게 받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내 모든 살갗을, 마음 안쪽의 여리고 예민한 촉수들을 한껏 열어 젖힐 수 있는가. 나는 그것이 괜찮다고 믿을 수 있는가.

어떤 선에 도달해 있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 선 앞에 어떤 내가 되려고 애쓰거나, 선 뒤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한꺼풀만 넘으면 될 것 같은데, 무엇이 그 꺼풀인지, 무엇이 날 가로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오래되어 알 수도 없는 무언가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도, 늘 꿈 같은 나중을 이루고 싶지도 않다. 그저 지금을 살고 싶다. 지금. 이곳, 여기,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