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
조금만 마음을 열면 여기저기 흐르는 사랑이 느껴진다. 오빠가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면서, 겨울엔 해가 이리도 일찍 지는데 도대체 작년 겨울에 자전거를 어떻게 타고 다녔느냐 물었다. 생각해보니 깜깜한 날 자전거를 탄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러면 그렇지 늦게 끝나는 날인 화요일엔 무조건 셰인이 날 데리고 오고 데려다 줬던 것이다. 우리의 리프트 천사 셰인은 내가 타고 갈 차가 없는 날엔 꼭 학교에 끝까지 남는다. 내가 나 때문에 남는거냐 물으면 분명히 아니라고 할 것이 뻔하기에 묻지도 않는다. 새삼스레 생색 내며 고맙다고 난리치지도 않는다. 나는 셰인이 날 생각해주는 걸 알고, 셰인은 내가 고마워하는 걸 안다.
친하다고도 안친하다고도 할 수 없는, 동료라고 해얄지 친구라고 해얄지 전우라고 해얄지 모르겠는 학교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뜨뜻한 허그를 한참 나누고, 요즘 어떠냐고 안부를 물으며 알렉이고 뭐고 그지 깽깽이 같다는 솔직한 답변을 나누며 낄낄댄다. 보통 학교 동기들, 회사 동기들은 시간이 없어서 못만날 뿐, 영영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사람들은 아마도 영영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자아로 살면서 아마도 평생 볼 일, 내 보일 일 없는 서로의 모습을 3년 동안 매일 봤다. 울고 짜고, 웃고 뒹굴고, 모험하고 장난치고, 화내고 깊이 깊이 대화하며, 서로의 내밀한 고통과 성장의 과정을 목도하였으면서, 3년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마치 어떤 꿈에서 만난 사람처럼, 아련히 서로 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8개월이 남았다, 고 쓰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1년 남았다고 말한지가 어젠데, 왜 11개월도 10개월도 아닌 8개월이 되었지. 마음이 점점 가는 날로 돌아서며 마음의 정리를 한다. 천천히, 헤어지는 순간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도록. 흐르는 사랑을 받고 주고 나누며 익혀진 만큼, 어디를 가도 이 사랑이 끊이지 않고 흐르기를 바랄 뿐이다. 꿈같은 나날들이 끝나더라도,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기를.